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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 - 미야자와 켄지(宮澤賢治)

미야자와 겐지(일본어: 宮沢賢治1896년 8월 27일- 1933년 9월 21일)는 이와테 현 출신의 일본의 문인이자 교육자,에스페란티스토이다. 향토애가 짙은 서정적인 필치의 작품을 다수 남겼으며, 작품중에 다수 등장하는 이상향을 고향인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식 발음인 ihatovo라고 명명하였다. 사후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져 국민작가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읽히고 있다. 에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이 그의 작품이다.

<위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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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후의 수업(午后の授業)

“자, 여러분들은 이렇게 강이라거나, 우유가 흐른 자국이라고 하는 희미하고 하얀 이 선이 사실은 뭔지 알고 계세요?” 선생님은 칠판에 걸린 커다랗고 새까만 별자리지도 속의 위에서 아래로 그어진 희뿌연 은하의 띠 같은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너 댓 명이 따라서 손을 들었습니다. 조반니는 손을 들려고 하였으나, 그냥 잠자코 있기로 하였습니다. 분명 저건 전부 별이라는 걸 언젠가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나지만, 요사이 조반니는 매일 교실에서도 졸기만 하였고, 책을 읽을 시간도, 그나마 읽을 책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왠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를 재빨리 눈치채었습니다.
“조반니, 넌 알고 있지?”
조반니는 벌떡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넬리가 앞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며 조반니를 향해 히죽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당황하여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커다란 망원경으로 은하를 잘 살펴보면, 이 은하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조반니는 당연히 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만, 이번에도 이내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당황하시는 듯 하더니, 캄파넬라 쪽으로 시선을 돌리시고는 "그럼, 캄파넬라.”라고 지명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렇게도 활기차게 손을 들었던 캄파넬라도 이내 머뭇머뭇 일어서더니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잠시 캄파넬라를 바라보았지만, 이윽고 “자, 좋아요.”라고 말하며, 직접 별자리지도를 가리켰습니다.
“이렇게 희뿌연 은하를 커다란 망원경으로 보면, 정말이지 무수하고도 조그만 별들이 보인답니다. 조반니, 그렇죠?”
조반니는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조반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습니다. 그래, 난 알고 있었어, 물론 캄파넬라도 알고 있었겠지. 언제적 일일까, 캄파넬라의 아빠이신 박사님 댁에서 캄파넬라와 함께 보았던 잡지에 있었어. 뿐만 아니라, 캄파넬라는 그 잡지를 읽고는 곧장 박사님의 서제에서 커다란 책을 가지고 와서는 은하의 해설이 있는 곳을 펼쳤고, 새까만 페이지 가득한 곳에 하얀 점이 촘촘히 박힌 아름다운 사진을 둘이서 오랫동안 보았던 것입니다. 그걸 캄파넬라가 잊을 턱이 없는데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건, 요즈음 내가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며 학교에 와서도 다른 아이들과 활기차게 놀지도 않고, 캄파넬라와도 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었으므로 캄파넬라가 그걸 알고는 안쓰러워서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나니, 스스로에게도 캄파넬라도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이 강을 진짜 강으로 본다면, 하나하나의 작은 별은 전부 그 강바닥에 있는 모래알갱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걸 커다란 우유줄기라고 생각해보면, 하늘의 강과 더욱 비슷하겠지요? 즉, 이 모든 별들은 우유 속에서 마치 조그맣게 떠다니는 지방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에요. 그렇다면, 뭐가 강물이냐고 물으시겠지요? 그것은 진공이라고 하는, 빛을 일정한 속도로 전달해 주는 것으로써, 태양이나 지구도 그 진공 속에 떠있는 거에요. 즉, 우리들도 하늘의 강 속에 떠있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하늘의 강에서 사방을 보면, 마치 물이 깊으면 푸르게 보이는 것처럼 하늘의 강바닥이 깊고 멀수록 별이 가득 보이게 되어, 희고 희미하게 보여지는 것이랍니다. 이 모형을 잘 보세요.”
선생님은 속에 빛나는 모래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양면 볼록렌즈를 가리켰습니다.
“하늘의 강의 모양은 마치 이것과 같아요. 이렇게 반짝이는 별 하나하나가 모여있지요, 태양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랍니다. 그럼, 우리들의 태양은 거의 중간에 있고, 지구는 가까이에서 있다고 합시다. 여러분들은 밤에 이 한가운데 서서 이 렌즈 속을 잘 살펴보세요. 이쪽은 렌즈가 얇아서 빛나는 조각 별이 거의 보이질 않지요? 그런데, 이쪽과 이쪽은 유리가 두꺼워서 빛나는 조각 별들이 가득 보이고, 먼 쪽은 희뿌옇게 보인다는 것이 오늘날의 은하이론이랍니다. 그렇다면, 이 렌즈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속에 있는 다양한 별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없으므로 다음 이과수업시간에 설명하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그 은하의 축제일이니까, 여러분들은 밖에 나가셔서 잘 보도록 하세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이만 마치겠어요.”
그러자, 교실 속은 잠시 책상뚜껑을 여닫거나 책을 덮는 소리로 가득하였고, 이내 모두는 바른 자세로 인사를 하고는 교실을 나왔습니다.

2 인쇄소(活版所)

조반니가 교문을 나왔을 때, 같은 반의 일고여덟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캄파넬라를 중심으로 운동장 구석에 있는 벚나무 아래에 모여있었습니다. 그건 오늘밤의 별축제에서 푸른 등을 준비하여, 강으로 때내려 보낼 하늘타리를 캐러 갈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짐짓 팔을 휘저으며 교문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자, 동네의 집들은 오늘밤에 있을 은하축제를 맞아 주목(朱木)이파리의 구슬을 걸어놓거나, 노송나무 가지에 등을 걸어놓는 등 분주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을 세 번 꺾어져 들어가는 곳에 있는 커다란 인쇄소로 들어갔고, 곧장 입구의 계산대에 있던 헐렁한 흰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맞은 편의 커다란 문을 열었습니다. 안은 아직 낮인데도 전등이 켜져 있었고, 많은 윤전기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으며, 천으로 머리를 동여매거나 전등갓을 씌우며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노래하듯이 읽거나, 수를 헤아리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곧장 입구에서 세 번째에 있는 높은 탁자에 앉은 사람에게 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선반을 뒤적이더니, “이것만 좀 주워주지 않으련?”이라고 말하며, 한 장의 종이조각을 건네었습니다. 조반니는 그 탁자다리 아래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고는 건너편에 전등이 가득 달린 비스듬히 세워진 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작은 핀셋으로 거의 밤톨만한 활자를 하나하나 주워담기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조반니의 뒤를 지나면서,
“어이, 돋보기쟁이, 안녕."이라고 말하자, 부근에 있던 너 댓 명의 사람들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몇 번이나 돋보기를 닦으며 활자를 계속 주웠습니다.
여섯 시 종이 울리고 잠시 지나자, 조반니는 활자가 가득 주워담은 평평한 상자와 손에 쥔 종이조각을 다시 맞추어보고는 좀 전의 탁자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가지고 갔습니다. 그 사람은 무뚝뚝하게 그걸 받아 들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서는 좀 전의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러자,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역시나 무뚝뚝하게 작은 은화 한 닢을 조반니에게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이내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인사를 하고, 계산대 아래 놓아두었던 신발을 신고 문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기쁜 듯 휘파람을 불면서 빵 가게에 들러서는 빵 한 덩이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고는 다시 한눈도 팔지 않고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3 집(家)

조반니가 기세 등등하게 향한 곳은 어느 뒷골목의 조그만 집이었습니다. 입구의 가장 왼쪽에는 세 개의 빈 상자에 늘어서 있었고, 자줏빛 케일과 아스파라거스가 심겨져 있었으며, 두 개의 작은 창에는 차양이 걸린 채였습니다.
“엄마, 다녀왔어요. 몸은 어떠세요?” 조반니는 신발을 벗으며 말하였습니다.
“그래, 조반니로구나. 일은 안 힘들었니? 오늘은 시원한 덕분에 별 일 없었단다.”
조반니가 현관을 올라가서 문간방으로 들어서니, 조반니의 엄마는 흰 숄을 덮고는 쉬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창을 열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각설탕을 사 왔어요. 우유에 넣어드릴게요.”
“그래, 먼저 먹으렴. 난 아직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단다.”
“엄마, 누나는 언제 돌아갔어요?”
“응, 세 시쯤에 돌아갔구나. 많이도 도와주고 갔단다.“
“엄마가 마실 우유가 아직 배달되지 않았네요?”
“응, 아직 안 왔니?”
“제가 다녀올게요.”
“응, 난 천천히 먹어도 괜찮으니 너부터 먹으려무나. 누나가 토마토를 가지고 뭔가 만들어두고 갔단다.”
“네, 그럼 먼저 먹을게요.”
조반니는 창 쪽에서 토마토가 담긴 접시를 가져와서는 잠시 빵과 함께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엄마, 있잖아요. 조만 간에 아빠가 꼭 돌아오실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런데, 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그게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올해에는 북쪽에서 물고기가 엄청 많이 잡혔다고 써 있었어요.”
“응, 그런데 아빠는 아마도 물고기 잡으러 가신 게 아닐지도 모른단다.”
“반드시 올 거에요. 아빠는 감옥 같은 곳에 갈만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잖아요. 얼마 전에 아빠가 학교에 기증해주신 커다란 게의 껍질과 순록의 뿔도 전부 표본실에 있는 걸요. 6학년 수업에는 선생님들이 이교실 저교실로 들고 다닌다구요. 제 작년 수학여행에서(이하 몇 자 공백)
“아빠가 다음에는 네게 수달가죽의 윗도리를 가져온다고 하셨지?”
“모두들 저보고 어울릴 거라고 말해요. 놀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네게 욕을 하던?”
“네, 그래도 캄파넬라는 절대 안 그래요. 캄파넬라는 다른 애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안쓰러워해요.”
“캄파넬라의 아버지와 네 아버지는 마치 너희들처럼 어릴 적에 친구였다고 하더구나.”
“아, 그래서 아빠는 절 데리고 캄파넬라네 집에 데리고 갔었구나. 그 땐 참 좋았어요. 학교를 마치고 올 때마다 전 캄파넬라네에 들렀어요. 캄파넬라의 집에는 알코올램프로 달리는 기차가 있었어요. 일곱 개의 레일을 조립하면 둥근 모양도 되고, 거기에 전봇대나 신호기도 달려있어서, 신호기의 전구는 기차가 지날 때는 파랗게 반짝이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알코올이 떨어져서 석유를 넣었는데, 연통이 새까맣게 그을렸어요.“
“그랬니?”
“요즘도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배달하러 가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집안이 조용해요.”
“아침 일찍이라 그렇겠지.”
“자웰이라는 개가 있어요. 꼬리가 마치 빗자루 같아요. 제가 가면 킁킁대거든요. 그리고는 골목 끝까지 따라와요. 더 따라올 때도 있구요. 오늘밤은 모두 모여서 하늘타리 등불을 강에 떠내려 보낸대요. 아마 자웰도 따라 올 거에요.”
“그러고 보니, 오늘밤은 은하축제가 있는 날이로구나.”
“네, 전 우유를 가져온 다음에 보러 갈 거에요.”
“그래 다녀오려무나. 강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네, 전 그냥 강가에서 볼 거에요. 한 시간이면 될 거에요.”
“더 놀다 와도 괜찮아. 캄파넬라와 함께 있으면 엄마도 안심이니까.”
“아마 같이 있을 거에요. 엄마, 창문 닫을까요?”
“그래, 이제 시원하니 그러려무나.”
조반니는 일어나서는 창을 닫고 접시와 빵 주머니를 치운 다음, 들뜬 마음으로 신발을 신으며
“그럼, 한 시간 반 뒤에 돌아올게요.”하며 어둑어둑한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4 켄타우르스축제의 밤(ケンタウル祭の夜)

조반니는 휘파람을 부는 듯한 쓸쓸한 입술모양으로 하며, 시커멓게 회양나무가 줄지어있는 동네의 내리막길로 내려갔습니다.
내리막길 아래에는 한 개의 커다란 가로등이 창백하게 불을 밝히고 서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조금씩 전등 아래로 걸어가자, 지금까지는 마치 도깨비처럼 조반니의 등 뒤에서 길고 흐릿하게 뻗어있던 그림자가 점점 짙고 검게 또렷해지며, 발을 딛고 손을 저으면서 조반니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난 멋진 기관차야. 여긴 내리막길이니까 빠르잖아. 난 지금 가로등이 서있는 길을 달리고 있어. 잘 봐, 이번에는 내 그림자가 컴퍼스다. 내 옆을 빙글 돌아서 이젠 내 앞으로 왔네.)
라고 생각하며 조반니가 당당하게 가로등 아래를 지나갈 때, 갑자기 낮에 보았던 자넬리가 새로 산 듯한 빳빳한 옷깃의 셔츠를 입고, 가로등 저편의 어둑한 골목길에서 나와서는 조반니를 살짝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넬리야, 하늘타리 떠내려 보내러 가니?” 조반니가 그 말을 건네자마자,
“조반니, 아빠가 수달가죽의 윗도리를 가지고 오실 거라며?” 자넬리가 툭 던지듯 뒤에서 소리쳤습니다.
조반니는 잠깐 동안 가슴에서 휑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자넬리, 장난치지마!”라고 조반니가 큰 목소리로 받아 쳤지만, 이미 자넬리는 건너편의 노송나무가 심어진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자넬리는 왜 내가 아무 짓도 하질 않았는데, 저런 소릴 할까? 뛸 때는 마치 생쥐처럼 뛰는 녀석이 말이야. 내가 아무 짓도 하질 않는데 저런 소릴 하는 걸 보면, 자넬리가 바보인 걸 거야.”
조반니는 초조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갖가지 전등과 나뭇가지로 아름답게 장식된 거리를 걸었습니다. 시계가게에는 밝은 네온등이 달려있었고, 일초마다 돌로 만들어진 올빼미의 빨간 눈동자가 빙글빙글 회전하고, 색색의 보석이 바다색의 두꺼운 유리판 위에 놓여서 별처럼 천천히 돌고 있었으며, 또 안쪽에는 말 탄 사람의 작은 동상이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 한가운데 검고 둥근 회전식 별자리지도가 푸른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넋이 나간 채, 그 별자리지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것은 낮에 학교에서 본 그림보다는 훨씬 작은 것이었지만, 날짜와 시간에 맞춰 판을 돌리면 그 때 나타나는 하늘이 그대로 타원형 속에서 돌아가며 보여지게 되어있고, 또 그 속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은하가 흐릿한 띠처럼 나타나서는 그 아래에서 희미하게 부서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 뒤에는 삼각대가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란색으로 빛을 발하며 우뚝 서 있었고, 맨 뒤의 벽에는 우주의 별자리를 신비한 짐승과 뱀, 물고기나 병의 모양으로 그려놓은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진짜 이런 전갈이나 투사라든지 하는 것들이 하늘에서 또렷하게 보이는 걸까, 난 저 곳 어딘가를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조반니는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에게 우유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반니는 그 가게를 뒤로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갑갑한 윗도리의 어깨부분에 신경을 쓰며, 일부러 가슴을 펴고는 커다랗게 팔을 흔들며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공기는 무척이나 맑아서 마치 물처럼 거리와 가게 사이로 가득 흐르고 있었고, 가로등은 모두 새파란 전나무나 졸참나무가지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전기회사 앞에 서 있는 여섯 그루의 플라타너스는 사이사이에 무수히 꼬마전구가 달려있어서, 마치 그 곳은 인어들이 사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깔끔한 새 옷을 입고, 별들의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켄다우르스, 이슬을 뿌려주세요.”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니거나, 푸른 불꽃의 마그네시아를 태우며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우유가게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윽고 조반니는 마을 끝에 있는 키 큰 포플러나무가 몇 그루나 몇 그루나 하늘로 솟아있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조반니가 우유가게의 검은 문을 지나서, 소들의 냄새가 나는 어둑어둑한 부엌 앞에 서서는 모자를 벗고 “실례합니다.”라고 하자, 집 안에서는 쥐 죽은 듯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조반니는 턱을 들어 다시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잠시 있더니 할머니 한 분이 어딘가 거동이라도 불편한 듯 나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저, 오늘 저희 집에 우유가 오질 않아서 받으러 왔어요.” 조반니는 짐짓 또박또박 말하였습니다.
“지금 사람이 없어서 잘 모르겠구나. 내일 오면 안 될까?”
그 할머니는 충혈된 눈 언저리를 비비며 조반니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오늘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되는걸요.”
“그럼, 잠시 있다가 오지 않으련?” 할머니는 그냥 가버릴 기세였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나중에 올게요.” 조반니는 인사를 하고는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십자모양으로 된 골목길을 돌아갈 즈음, 다리로 향하는 잡화점 앞에서 검은 그림자와 희뿌연 하얀 셔츠가 뒤섞인 예닐곱의 학생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웃어대면서, 하나씩 하늘타리의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웃음소리와 휘파람은 전부 아는 목소리였습니다. 조반니와 같은 반의 친구들이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무심코 덜컥 겁이 나서는 되돌아가려고 하였으나,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는 당당하게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강으로 가니?” 조반니가 이 말을 하려고 하며, 잠깐 목이 잠기는 것을 느꼈을 때
“조반니, 수달가죽의 윗도리를 보여준다며?” 좀 전의 자넬리가 다시 놀려대었습니다.
“조반니, 수달가죽 윗도리 보여준다며?” 이내 모두들 따라서 놀려대었습니다. 조반니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는 걷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황급하게 그곳을 도망치듯 지나가려고 하자, 그 속에는 캄파넬라가 있었던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안쓰러운 듯 입가에 살짝 웃음을 짓고는 화내지 말라는 눈빛으로 조반니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옆으로 돌아가는 척 그 눈길을 피했고, 캄파넬라의 큰 키가 지나치자마자 모두가 제각기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뒤를 돌아보니 자넬리도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캄파넬라도 역시 크게 휘파람을 불며 저기 다리 쪽으로 희미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함에 휩싸여 갑자기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귀를 손으로 감싸고는 와아하며 한쪽다리로 폴짝폴짝 뛰어 놀던 길가의 아이들이 조반니가 기분이 좋아서 달리는 줄 알고 와아 소리를 질렀습니다. 조반니는 한참 동안 검은 언덕을 향하여 달렸습니다.

5 천기륜기둥(天気輪の柱)

목장 뒤에는 완만한 언덕이 있었고, 검고 평평한 꼭대기는 북쪽의 큰곰자리별 아래로 보통 때보다는 흐릿하고 낮게 이어져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벌써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 조그만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갔습니다. 새까만 풀과 형형색색으로 보이는 덤불 무성한 사이를 그 조그만 길만이 곧게 별빛을 받아 환하게 보였습니다. 풀 속에는 반짝반짝 푸른 빛을 발하는 작은 벌레들이 있었고, 어떤 나뭇잎은 푸르고 성기게 나 있어서, 조반니는 좀 전에 아이들이 들고 가던 하늘타리등불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새까만 소나무와 전나무 숲을 지나자 갑자기 환하게 하늘이 펼쳐졌고, 하늘의 강이 희끄무레하게 남에서 북으로 줄지어 있었으며, 꼭대기에는 천기륜기둥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초롱꽃이나 들국화 같은 꽃들이 꿈속에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처럼 가득 피어있었고, 한 마리 새가 언덕 위를 날아가며 울어대었습니다.
조반니는 언덕 꼭대기의 천기륜기둥 아래에 이르러, 씩씩거리는 몸을 차가운 풀 위로 내던졌습니다.
거리의 불빛은 어둠 속에서 마치 바다 속 깊은 곳의 궁전처럼 보였으며,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나 휘파람소리, 들릴 듯 말듯한 고함소리가 희미하게 전해졌습니다.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와서는 언덕 위의 풀들이 고요하게 속삭이고, 땀으로 젖은 조반니의 셔츠도 차갑게 식혀주었습니다. 조반니는 마을 경계로부터 멀리 펼쳐지는 검은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저 멀리에서 기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작은 열차의 창은 한 줄의 빨간 띠처럼 보였고, 그 안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사과껍질을 벗기거나 웃어대면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뭐라 말할 수 없이 서글퍼져서 조반니는 다시 하늘로 눈길을 돌려버렸습니다.
아, 저 새하얀 하늘의 띠가 모두 별들이로구나.
하지만,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 하늘은 낮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텅 비어있는 차가운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그 곳은 작은 숲과 목장이 있는 들판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반니는 푸른 거문고자리의 별들이 서너 개로 나뉘어 반짝반짝 빛나고, 빛의 테두리가 이곳 저곳을 비추며, 이내 버섯처럼 길게 뻗어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윽고, 아래 마을까지 희미하고 수많은 별들이 모여서 커다란 하나의 연기덩어리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6 은하정거장(銀河ステーション)

그리고, 조반니는 바로 뒤에 있는 천기륜기둥이 언제부터인지 희미하게 삼각표의 모양으로 반딧불처럼 깜빡깜빡 반짝이는 것을 잠시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점점 또렷해졌고, 이윽고 환하게 또렷해지며 짙은 청동색의 들판에 우뚝 섰습니다. 마치 갓 빚어낸 청동판처럼 하늘의 들판에 곧고 우뚝하게 솟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신비한 목소리로 은하정거장, 은하정거장이라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갑자기 눈 앞에 확 밝아져서는 마치 수억만의 불똥꼴뚜기의 빛을 화석으로 만들어 하늘로 던져놓은 것처럼, 다이아몬드회사가 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캐지 못한 척 숨겨놓았던 금강석을 누군가가 몰래 훔쳐내어서는 하늘에 뿌려버린 것처럼, 눈 앞이 환하게 밝아져서는 조반니는 무심코 몇 번이나 눈을 비볐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부터 조반니가 타고 있던 조그만 열차는 덜컹덜컹거리며 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정말로 밤의 철도의 작고 노란 전등이 달린 객실에서 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앉아있었던 것입니다. 객실 안은 푸른 비단을 두른 좌석들이 거의 텅텅 빈 채였고, 맞은 편의 쥐색 니스를 칠한 벽에는 커다란 황동(黃銅) 버튼 두 개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자리에는 물에 젖은 듯한 새까만 윗도리를 입은 키 큰 아이가 창으로 머리를 내고는 밖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깨부분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기분이 들어서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반니도 불쑥 창 밖으로 얼굴을 내려고 하였을 때, 갑자기 그 아이가 머리를 안으로 당기고는 이쪽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캄파넬라였습니다.
조반니가 캄파넬라에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고 물어보려 하는 순간, 캄파넬라가
“애들 모두가 빨리 뛰어왔는데도 늦어버렸어. 자넬리도 말이야. 애써 달려왔지만, 결국 붙잡질 못했어.”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조반니는 (그래, 우리는 지금 같이 어딘가 놀러 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어디선가 기다리고들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캄파넬라는
“자넬리는 벌써 돌아갔어. 아빠가 데리러 왔거든.”
캄파넬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조금은 창백한 얼굴로 고통스러운 듯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도 왠지 어딘가에 잊어버린 것이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런데, 캄파넬라는 창으로 밖을 쳐다보며, 벌써 기운을 차린듯한 모습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아, 그래. 나 물통 가져오는 걸 잊었어. 스케치북도 까먹었네. 하긴 어쩔 수 없어. 조금만 더 있으면 백조정거장이니까. 난 백조를 보는 걸 정말 좋아해. 강 저편을 날고 있어도 나에게는 보일 테니까.” 그리고, 캄파넬라는 둥근 판처럼 생긴 지도를 자꾸만 빙글빙글 돌려가며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안에는 하얗게 그려진 은하수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한 줄의 철도노선이 하염없이 남쪽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의 가장 훌륭한 점은 밤처럼 새까만 판 위에 열한개의 정거장과 삼각표, 샘과 숲 등이 파란색 또는 오렌지색이나 초록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반니는 왠지 그 지도를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지도 어디서 샀니? 흑요석(黑曜石)으로 만들어졌네.”
조반니가 물었습니다.
“은하정거장에서 받았어. 넌 못 받았니?”
“응, 난 은하정거장을 지났는지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여기쯤이지?”
조반니는 백조라고 쓰여진 정거장표시 바로 위의 북쪽을 가리켰습니다.
“응, 맞아. 어, 저기 강가의 들판은 달밤이네.” 그쪽을 보니, 희뿌옇게 빛나는 은하의 가장자리에 하늘의 은색억새가 한 가득, 마치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며 파도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달이 밝아서가 아니야. 은하라서 빛나는 거야.” 조반니는 그렇게 말하며 마치 뛰어오를 듯한 유쾌한 기분으로 발을 들썩거리며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크디크게 별들의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힘껏 몸을 뻗어서 눈 앞의 은하수를 확인하려 하였습니다만, 도저히 한 번 만에 닿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니, 아름다운 그 물줄기는 유리보다, 수소보다도 투명하게, 때때로 시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찰싹찰싹 보랏빛의 자그만 파도를 만들어내며, 무지개처럼 뚜렷하게 반짝이다가 소리도 없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고, 들판 이곳 저곳에는 인광의 삼각표가 아름답게 서 있었습니다. 먼 곳은 자그맣게 가까운 곳은 커다랗게, 먼 것은 오렌지색과 노란색으로 또렷하게 가까운 것은 새파랗고 조금은 뿌옇게, 때로는 삼각형 때로는 사각형, 그리고 번개와 사슬모양으로 가지각색으로 늘어 서서는 들판 가득히 반짝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가슴이 터질 듯하여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실로 아름다운 그 들판에는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갖은 색으로 반짝이는 삼각표들이 제각기 숨을 쉬는 듯 은은하게 흔들리며 점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린 이미 하늘의 들판에 와 있어.” 조반니가 말하였습니다. “게다가 이 기차는 석탄을 태우고 있지도 않아.” 조반니가 왼손을 뻗어 창에서 앞쪽을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알코올이나 전기로 가는 거겠지.” 캄파넬라가 말하였습니다.
덜컹덜컹덜컹덜컹, 작고 예쁜 그 기차는 하늘의 억새가 흔들리는 사이를 지나, 하늘의 강과 삼각표의 새파랗고 희미한 빛 사이를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 용담꽃이 피어있어. 이제 가을이로구나.” 캄파넬라가 창 밖을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선로변에 늘어선 작은 풀 사이로 월장석(月長石)이 박혀있는 듯한 아름다운 자줏빛 용담꽃이 피어있었습니다.
“내가 뛰어내려 저걸 꺾어서는 다시 뛰어올라볼까?” 조반니가 짐짓 의기양양하게 말하였습니다.
“벌써 저만큼이나 지나가 버렸는걸.”
캄파넬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용담꽃이 빛을 가득 발하며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줄지어 그 속이 노랗고 종(鐘)처럼 생긴, 수많은 용담꽃들이 솟구쳐 오를 듯 비가 내리는 듯 눈 앞으로 스쳐 지나갔고, 드디어 삼각표의 행렬이 연기처럼 불꽃처럼 빛을 발하며 서 있었습니다.

7 북십자성과 프리오신해안(北十字とプリオシン海岸)

“엄마는 날 용서하실까?”
갑자기 캄파넬라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잠시 흠칫하더니 기침을 하며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조반니는
(아, 그래. 우리엄마도 머나먼 저 곳 먼지처럼 보이는 오렌지색 삼각표 어딘가에서 지금 내 생각을 하고 계실 거야.)라고 생각하며, 우두커니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우리엄마가 정말 행복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거야.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엄마가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캄파넬라는 왠지 울음이 터져 나오는 걸 꾹 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 엄마는 힘든 일 같은 건 없으시잖아?” 조반니는 깜짝 놀라서 말하였습니다.
“잘 모르겠어. 하지만, 누구든 좋은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 거겠지. 그러니까, 엄마는 나를 용서하실 거야.” 캄파넬라는 정말이지 어떤 결심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기차 안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니, 금강석과 풀잎의 이슬과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모아놓은 듯 반짝이는 은하의 표면으로 물이 소리도 없이 모양도 없이 흐르며, 한 가운데에는 희미하게 창백한 후광을 발하는 섬이 하나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섬의 평평한 곳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훌륭한 흰 색의 십자가가 서 있었고, 그것은 마치 얼어버린 북극의 눈으로 빚어놓았다고 할 정도로 투명한 금빛의 테두리를 하고는 오랜 세월 동안 고요하게 서 있었던 듯 하였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앞에서도 뒤에서도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돌아보니, 차 안의 여행자들은 모두가 옷자락을 늘어뜨리고는 까만 성경을 가슴팍에 안거나 수정구슬을 걸치고, 모두가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그쪽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도 무심코 벌떡 일어섰습니다. 캄파넬라의 볼은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섬과 십자가는 점점 뒤로 비껴나갔습니다.
맞은 편 절벽도 희뿌옇게 반짝하고 빛나더니 이내 흐려지고는, 때때로 억새들이 바람에 뒤집어지듯 쏴악하며 은빛이 흐려지고 마치 숨을 쉬듯, 또한 수많은 용담꽃이 풀 속에서 숨었다 보였다 하는 것이 마치 도깨비불 같았습니다.
그것도 한 순간, 강과 기차 사이는 억새의 행렬로 나뉘어져서, 백조의 섬은 딱 두 번, 뒤쪽에서 보였습니다만, 이내 저 멀리 자그맣게 그림처럼 변해버리고는 다시 사락사락 억새의 소리가 들리면서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반니의 뒤에는 언제 기차에 탔는지 모를 큰 키에 검은 옷을 입은 신부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동그랗고 푸른 눈으로 줄곧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직도 어떤 말인지 소리인지가 그 섬에서 들려오는 것을 유심히 듣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여행자들도 조용히 자리로 돌아왔고, 두 사람 역시 가슴 가득히 슬픔과도 비슷한 어떤 기분을 느끼며, 문득 서로 다른 말투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곧 백조정거장이야.”
“아, 열 한시 정각이면 도착할거야.”
이윽고 초록색의 신호등과 흐릿한 흰색의 기둥이 휙하며 창 밖으로 지나갔고, 그리고는 부글부글 끓는 유황의 불길처럼 흐릿한 전철기의 불빛이 창 아래로 지나는 것 같더니, 기차는 점점 느려지고는 이내 한 줄 전등이 아름답고 규칙적으로 늘어선 플랫폼이 점점 크고 넓어지면서, 두 사람은 백조정거장의 커다란 시계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상쾌한 가을의 시계판에는 파랗게 그을려진 두 개의 쇠 바늘이 또렷하게 열 한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린 탓에 객차 안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시계 아래에는 [20분 정차]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우리도 내릴까?” 조반니가 말하였습니다.
“내리자.” 두 사람은 단숨에 달음박질쳐서는 개찰구로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개찰구에는 보랏빛의 밝은 전등 하나가 밝혀져 있을 뿐,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아도 역장이나 짐꾼 같은 사람의 그림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정거장 앞의 수정으로 깎아 놓은 듯한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넓은 길이 은하의 푸른 빛 속으로 곧게 뻗어있었습니다.
좀 전에 내린 사람들은 벌써 어디로 가 버렸는지, 한 사람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그 하얀 길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자, 둘의 그림자는 마침 사방으로 창이 나 있는 집에 두 기둥의 그림자처럼, 때로는 두 바퀴가 놓여진 것처럼 몇 개고 몇 개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기차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캄파넬라는 아름다운 모래를 한 움큼 쥐고는,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으로 비벼가며 꿈결처럼 말하였습니다.
“이 모래는 전부 수정이야. 이 속에는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
“맞아.” 난 어디서 그런 걸 배웠을까 생각하며, 조반니도 몽롱하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강 가장자리의 자갈은 모두 투명하여, 분명 수정이나 황옥(黃玉), 또는 울퉁불퉁 주름처럼 생긴 테두리에서 안개처럼 희뿌연 빛을 발하는 강옥(鋼玉)이었습니다. 조반니는 강가를 뛰어가서는 물에 손을 담갔습니다. 그런데, 신비한 은하의 물은 수소보다도 더욱 맑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흐르고 있었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손을 담근 두 사람의 손목에 물에 닿은 자국이 수은빛으로 떠오르는 듯 보였고, 손목을 간지럽혔던 파도는 아름다운 인광을 내뿜으며, 반짝반짝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강 위를 보니, 억새가 가득히 자란 절벽 아래에 하얀 바위가 마치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강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대여섯의 자그만 사람의 그림자가 무언가를 파고 있는 듯,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 일어서거나 구부리거나 하며 이따금씩 어떤 도구가 반짝하며 빛나기도 하였습니다.
“가보자.”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처럼 외치고는 그쪽으로 달렸습니다. 하얀 바위 같은 곳의 입구에는,
[프리오신해안]이라는 도자기처럼 번들번들거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맞은 편 모래밭에는 가느다란 쇠로 만든 난간이 군데군데 꽂혀있었으며, 나무로 만든 예쁜 벤치도 놓여있었습니다.
“어, 이상한 게 있어.” 캄파넬라가 신기한 듯 멈춰서더니, 바위에서 길쭉하고 앞이 뾰족한 까만 호두 같은 것을 주웠습니다.
“호두잖아. 봐봐 가득 있다구. 흘러온 게 아니야. 바위 안에 박혀있어.”
“이 호두는 정말 크구나. 두 배는 되겠는데? 이건 상처하나 없는 걸?”
“빨리 저쪽으로 가보자. 분명히 뭔가 파내고 있어.”
두 사람은 달그락달그락 까만 호두를 들고는 다시 그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왼쪽의 모래밭에는 부드러운 파도가 자그마한 번개처럼 반짝이며 철썩거리고, 오른쪽의 절벽에는 은과 조개껍데기로 가득히 장식한 듯한 억새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다가가보니, 굉장한 근시안경을 끼고, 부츠를 신은 키 큰 과학자 같은 사람이 수첩에 무언가 바삐 적어대며, 곡괭이를 치켜들기도 하고 삽질을 하기도 하는 조수처럼 보이는 세 사람에게 이런저런 지도를 열심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쪽 그 돌기를 부수지 않도록 삽을 쓰라구, 삽을. 이런, 좀 더 멀리서 파게. 안돼 안돼. 왜 그렇게 우악스럽게 파는 거야!”
보아하니, 부드럽고 하얀 바위 속에서 크디큰 짐승의 시퍼런 뼈가 옆으로 쓰러져서 짓 눌려진 채 반 정도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심히 살펴보니, 그곳에는 두 개로 갈라진 발굽자국이 찍힌 바위가 사방으로 열 개정도 깨끗하게 들어내져서는 번호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자네들은 구경하러 왔나?” 방금 전의 대과학자 같은 사람이 안경을 번쩍거리며, 이쪽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호두가 가득 있었지? 그건 말이야, 아마도 백 이십 만년 전의 호두일 게야. 얼마 안 된 셈이지. 이곳은 제삼기가 지난 뒤에는 해안이었단 말이지, 이 아래에서는 조개껍데기도 나와요. 지금 강이 흐르고 있는 곳처럼 바닷물이 밀려가고 밀려오곤 했었지. 이 짐승이 말이야, 이건 보스라고 하는 놈인데, 이봐 이봐, 그 곡괭이는 치워버려. 끌로 정성스럽게 파란 말이야. 어험, 보스라고 하는 놈인데, 오늘날의 소들의 조상이라고, 옛날에는 많이도 있었지.”
“표본으로 만드실 건가요?”
“아니, 증명에 필요한 거야. 우리들이 볼 때에 여기는 두껍고 훌륭한 지층이라서 백 이십 만년 정도 전에 만들어졌다는 다양한 증거가 보이지만, 우리들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녀석들이 볼 때에는 아무래도 이런 지층에 뭐가 있을지 없을지, 아니면 바람이나 물, 텅 빈 하늘이라고 밖에는 생각을 안 하거든. 알겠느냐? 그런데, 어이어이, 거기도 삽은 안돼. 바로 그 밑에 늑골이 묻혀있지 않은가.” 대과학자는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벌써 시간이 다 됐어. 가자.” 캄파넬라가 지도와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더니 말하였습니다.
“저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조반니는 대과학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신가? 자, 그럼 이만.” 대과학자는 다시 여기저기를 바삐 걸어 다니면서 감독을 시작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얀 바위 위를 열심히 내달렸습니다. 정말이지,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숨도 차지 않았고, 다리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조반니는 이렇게 달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좀 전의 강가를 지나, 개찰구의 전등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이윽고 객실의 좌석에 앉아서 창으로 지금 달려온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8 새 사냥꾼(鳥を捕る人)

“여기 앉아도 될까요?”
칼칼하지만 친절한 어른 목소리가 두 사람의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갈색의 조금은 낡은 외투를 입고 있던 그 사람은 하얀 천으로 싼 짐을 둘로 나누어 어깨에 짊어진 빨간 머리칼의 등이 굽은 사람이었습니다.
“네, 괜찮아요.” 조반니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수염 사이로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짐을 선반에 얹었습니다. 조반니는 왠지 매우 쓸쓸하고 슬픈 기분이 들어서는 묵묵히 정면의 시계를 보고 있으니, 저 앞쪽에서 유리피리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차는 벌써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캄파넬라도 객실천정의 이곳 저곳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전구에 까만 딱정벌레가 붙어서는 그림자가 커다랗게 천정에 비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빨간 수염의 남자는 무언가 그리운 듯 웃으면서, 조반니와 캄파넬라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기차는 점점 빨라져서 억새와 강이 이리저리 바뀌어가며 창 밖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빨간 수염의 남자가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두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어디까지라도 갈 거에요.” 조반니는 약간 말끝을 흐리며 대답하였습니다.
“그거 좋은데요. 사실 이 기차는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지요.”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시는 건데요?” 캄파넬라가 갑자기 싸움을 걸 듯 물었기 때문에, 조반니는 무심결에 웃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저쪽 자리에 있던 뾰족한 모자를 쓰고 커다란 열쇠를 허리춤에 매단 사람도 살짝 이쪽을 보며 웃었기에 캄파넬라도 이내 얼굴을 붉히며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다지 화를 내지도 않고 볼을 씰룩씰룩거리며 대답을 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내릴 겝니다. 저는요, 새를 잡는 장사꾼입니다.”
“어떤 새 말인가요?”
“학이나 기러기지요. 해오라기나 백조도 잡는답니다.”
“학이 많이 있나요?”
“당연하지요. 아까부터 울고 있던걸요. 못 들으셨소?”
“그런데요.”
“지금도 들리지 않습니까. 자, 귀 기울여 들어봐요.”
두 사람은 눈을 감고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덜컹덜컹 울리는 기차소리, 억새와 바람소리 사이에서 꼬르륵꼬르륵 마치 물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새들은 어떻게 잡나요?”
“학 말씀인가요? 아님, 해오라기 말씀인가요?”
“해오라기요.” 조반니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하였습니다.
“그 녀석은 말입니다. 번거롭지요. 해오라기라는 녀석은 전부 은하수의 모래가 굳어서는 짠하고 만들어지는 겝니다. 그리고, 언제나 강으로 돌아오니까, 강가 들판에서 기다리다가 해오라기들이 다리를 요렇게 하고 내려올 때, 고 놈이 지면에 닿을락말락 할 그 때, 탁하고 잡는 거지요. 그럼, 해오라기는 얌전해지면서 딱딱하게 굳으며 죽어 버리지요. 그 다음이야 끝난 거지요. 눌러서 말리면 된다오.”
“해오라기를 눌려서 말린다구요? 표본을 만드시는 건가요?”
“표본이 아니에요. 다들 먹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요.” 캄파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말이 안 될 것도 의심스러울 일도 아니라오. 자.” 그 남자는 일어서서는 선반에서 짐을 내려서 잽싸게 빙글빙글 풀었습니다. “자, 잘 보세요. 지금 막 잡아온 거라오.”
"진짜 해오라기잖아!” 두 사람은 무심코 소리를 질렀습니다. 좀 전의 북쪽 십자가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해오라기가 열 마리 정도 약간 눌려진 듯 까만 다리를 움츠리고는 부조처럼 놓아져 있었던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있네.” 캄파넬라는 손가락으로 해오라기의 초승달 같은 하얗게 감은 눈을 살짝 만져보았습니다. 머리 위 화살촉모양의 하얀 깃털도 제대로 달려있었습니다.
“자, 어떻소이까?” 새 사냥꾼은 보자기를 포개더니 다시 빙글빙글 감아서는 끈으로 묶었습니다. 조반니는 누가 이런 해오라기를 먹을까 하는 생각에 물었습니다.
“해오라기는 맛있나요?”
“그래요, 매일 주문이 들어오지요. 그런데, 기러기 쪽이 더 잘 팔린다오. 기러기가 더 모양이 좋고, 우선 번거롭지도 않으니까요. 자.” 새 사냥꾼은 다시 다른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노란색과 새파란색이 뒤섞인, 마치 전구처럼 빛나는 기러기가 좀 전의 해오라기처럼 부리가 달리고 살짝 눌려진 채로 놓여 있었습니다.
“이건 바로 먹을 수 있다오. 어떠신가? 조금 먹어보시구려.” 새 사냥꾼은 기러기의 노란 다리를 살짝 뜯어내었습니다. 그러자, 다리는 마치 초컬릿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뚝하고 깨끗하게 떨어졌습니다.
“어떻소? 조금 먹어보시오.” 새 사냥꾼은 그것을 두 조각으로 잘라서 건네었습니다. 조반니는 조금 입을 대어보고는 (뭐야, 역시나 이건 과자잖아. 초컬릿보다도 더 맛있긴 한데, 이런 기러기가 날아다닐 리가 없잖아. 이 남자는 분명 여기 들판 어딘가의 과자가게 주인일거야. 그런데, 난 이 사람을 믿지도 않으면서 받은 과자를 먹는 건 정말 미안한데.)라는 생각을 하며, 역시나 쩝쩝거리며 그것을 먹었습니다.
“좀 더 먹어보시겠소?” 새 사냥꾼은 다시 보따리를 꺼내었습니다. 조반니는 더 먹고 싶었지만,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사양을 하였으나, 이번에는 새 사냥꾼은 건너편에 앉아있던 열쇠를 가진 사람에게 건네었습니다.
“아이구, 이런 파실 물건을 받아서 어쩝니까?” 그 사람은 모자를 살짝 벗으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천만의 말씀이지요. 그런데, 어떻소이까? 올해 철새의 경기는요?”
“그게 말입니다, 훌륭하답니다. 그저께 축시(丑時) 정도였던가? 왜 등대의 불을 규정시간외에 (한 글자 공백) 하는지,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고장전화가 걸려왔습니다만, 왠걸 이쪽에서 한 게 아니라, 철새들이 새카맣게 뭉쳐서는 전등 앞을 지나니 어쩔 도리가 없더구만요. 바보 같은 놈들, 그런 불평 따위는 저한테 말해 봐도 도리가 없으니, 펄럭펄럭 망토나 입고 다니며 손발도 안 맞는 말라빠진 대장한테나 말하쇼라고 했습니다. 하하하.”
억새가 보이질 않게 되었기 때문에 들판 저편에서 환하게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오라기는 왜 번거롭나요?” 캄파넬라는 좀 전부터 묻고 싶었던 듯 하였습니다.
“그런 말이오. 해오라기를 먹으려면…” 새 사냥꾼은 이쪽으로 되돌아보았습니다. “은하수의 불빛에 열흘 동안 매달아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래에다 사나흘 묻어둬야 한다오. 그렇게 해서 수은이 전부 증발하면 먹을 수 있게 되는 거라오.”
“이건 새가 아니라, 그냥 과자잖아요?” 역시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캄파넬라가 단호하게 물었습니다만, 새 사냥꾼은 갑자기 아주 당황스러운 듯,
“이런이런, 여기서 내려야겠소.”라고 하며 일어서서 짐을 꺼내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디로 가 버린 걸까?”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니, 등대지기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살짝 몸을 뻗는 듯, 두 사람 옆의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두 사람도 그곳을 보니, 방금 전의 새 사냥꾼이 노랗고 시퍼런 아름다운 인광을 발하며, 평평한 강 가장자리의 풀 위에 서서 진지한 얼굴로 양팔을 벌리고는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기 있다. 엄청나게 신기한 걸? 분명히 또 새를 잡을 거야. 기차가 달리지 않을 때, 빨리 새가 왔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자줏빛 하늘에서 좀 전에 본 듯한 해오라기가 까악까악 울어대면서 마치 눈처럼 무수히 춤을 추며 내려앉았습니다. 그러자 그 새 사냥꾼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실룩실룩 들떠서는 두 다리를 떡하니 육십도 정도로 벌리고 서서, 해오라기의 움츠러든 까만 다리를 두 손으로 잡아서 한 쪽으로 잡아당겨서는 천으로 된 주머니 속으로 넣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해오라기는 주머니 속에서 반딧불처럼 몇 번인가 푸른색으로 반짝반짝거리더니, 드디어 포기한 듯 전부 희뿌연색이 되면서 눈을 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붙잡히는 새들보다는 무사히 하늘의 강가의 모래 위에 내려앉는 쪽이 많았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다리가 모래에 닿을 듯 말 듯 하다가, 마치 눈이 녹는 것처럼 쪼그라들고는 이윽고 용광로에서 막 꺼낸 쇳물같이 모래와 자갈 위로 번져나가서는 잠시 새의 형상이 모래에 붙어있는 듯 하더니, 그마저도 두 세 번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동안, 완전히 주변의 색과 같아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새 사냥꾼은 스무 마리 정도를 주머니에 넣고는 잽싸게 두 손을 올려서 병사가 총을 맞고 죽을 때 같은 시늉을 하였습니다. 고 생각하자, 더 이상 그곳에는 새 사냥꾼의 모습은 사라졌고,
“거, 숨차는 구만. 어떻게든 제 팔자에 맞을 정도만 벌어먹고 사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오.”라며 조반니의 옆자리에서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쪽을 보니, 새 사냥꾼은 이미 그곳에서 잡아온 해오라기를 들고 한 마리 한 마리 포개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저기서 여기까지 단번에 올 수 있어요?” 조반니가 당연한 듯 불가사의한 듯 신기한 기분으로 물었습니다.
“어째서라니요? 오려 했으니 온 거라오. 그러고 보니, 당신들은 어디서 왔소?”
조반니는 이내 대답하려고 생각하였으나, 그러고 보니 어디서 왔는지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 없었습니다. 캄파넬라도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기억해내려고 하였습니다.
“아, 멀리서들 오셨구만.” 새 사냥꾼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9 조반니의 티켓(ジョバンニの切符)

“이제 이곳은 백조지구(地區)의 끝부분이라오. 자, 보시구려. 저건 그 유명한 아르빌레오관측소라오.”
창 밖에는 마치 불꽃놀이가 가득 펼쳐진 듯한 은하수 한 가운데에 검고 거대한 건물 네 개가 서 있었고, 그 중 하나 평평한 지붕 위에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이 커다랗고 투명한 두 개의 사파이어와 토파즈 구슬이 원을 그리며 고요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란색의 구슬은 서서히 건너편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며, 파랗고 작은 구슬은 이편으로 다가오며 마침내 두 구슬의 끝은 서로 겹쳐지며 아름다운 녹색의 양면 볼록렌즈의 형태를 만들어 내다가, 이 역시도 점점 가운데가 불룩해지며 드디어 파란 것은 완전히 토파즈의 정면으로 비껴나서는, 초록의 중심과 노랑의 밝은 테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옆으로 비껴나서는 앞의 렌즈형태를 되풀이하며, 드디어 완전히 서로가 멀어져버리고 사파이어는 건너편으로 돌아가고, 노랑은 이편으로 다가오며, 다시 좀 전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특별한 형태도 소리도 없는 물에 둘러싸여있는 그 검은 관측소는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건 물의 속도를 재는 기계입니다. 물도…” 새 사냥꾼이 말을 걸었을 때,
“잠시, 티켓검사를 하겠습니다.” 세 사람의 자리 옆에서 빨간 모자를 쓴 큰 키의 차장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우뚝 서서 말을 걸었습니다. 새 사냥꾼은 이내 입을 다물고는 작은 종이조각을 꺼내었습니다. 차장은 그것을 잠깐 보더니 (당신들은?) 이라는 투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조반니를 향하여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 조반니가 난처한 듯 머뭇거리고 있으니, 캄파넬라는 무슨 일이냐는 듯 작은 쥐색 티켓을 꺼내었습니다. 이에 조반니는 완전히 당황스런 기색으로 혹시나 윗도리의 주머니에라도 들어있을까 싶은 마음에 손을 넣어보니, 무언가 커다랗게 접힌 종이조각이 손에 잡혔습니다. 언제 이런 게 들어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꺼내보니, 그것은 두 번 접힌 엽서만한 크기의 초록색 종이조각이었습니다. 차장이 손을 내밀고 있었으므로, 조반니는 될 대로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그 종이를 건네자, 차장은 꼿꼿하게 선 채로 정중하게 그걸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윗도리의 단추나 줄곧 만지작거렸고, 등대지기도 아래에서 그걸 열심히 훔쳐보았던 터라, 조반니는 분명 그것이 어떤 증명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조금 흥분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삼차원공간에서 들고 오신 것입니까?” 차장이 물었습니다.
“실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하며, 조반니는 차장을 올려다보고는 킥킥대고 웃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남십자(南十字)에 도착하는 것은 다음 제3시경입니다.” 차장은 조반니에게 종이를 건넨 뒤 저쪽으로 가버렸습니다.
캄파넬라는 그 종이조각이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 이내 넘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조반니도 얼른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는 언뜻 까만 덩굴문양 속에 기이한 십자(十字)모양만이 인쇄되어 있을 뿐이었으나,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왠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새 사냥꾼이 옆에서 살짝 훔쳐보더니 요란스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구, 이거 엄청난 물건인데요. 이건 천상으로도 갈 수 있는 티켓이랍니다. 천상뿐만 아니라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통행권이라오. 이것만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불완전한 환상의 제사차공간의 은하철도 같은 것은 어디라도 갈 수 있다오, 당신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먼.”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조반니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 대답하며, 다시 접어서는 숨기듯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찜찜한 기분으로 캄파넬라와 둘이서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만, 새 사냥꾼이 가끔 대단한 걸 보았다는 투로 이쪽을 흘끔흘끔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백조정거장이야.” 캄파넬라가 건너편 강가의 세 개로 늘어선 푸르스름한 삼각표와 지도를 번갈아 보며 말하였습니다.
조반니는 도통 무슨 일인지도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옆의 새 사냥꾼이 신경에게 쓰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백조를 잡아서는 힘들었다며 기뻐하거나, 하얀 보따리로 그걸 둘둘 싸거나, 남의 티켓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곁눈질하며, 당황스럽게 칭찬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더 이상 알지도 못하는 새 사냥꾼을 위해서 조반니가 가지고 있던 것도 먹는 것도 모든 것을 줘버리는 것이 이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는 길이라면, 자신은 저 빛나는 하늘의 강가에서 백 년 동안 새들을 잡아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정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요량으로 당황한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쳐다보니, 이미 그곳에 새 사냥꾼은 없었습니다. 선반에 얹어놓은 흰색 보따리도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 창 밖에서 다리를 뻗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백조를 잡는 시늉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창 밖을 보았습니다만, 밖은 한 장의 아름다운 유리와 하얀 억새의 파도뿐, 새 사냥꾼의 넓은 등짝도 뾰족한 모자도 보이질 않았던 것입니다.
“그 아저씬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난 어째서 좀 더 그 아저씨와 이야길 하지 않았던 걸까?”
“응,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
“난 그 아저씨가 귀찮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난 정말 가슴이 아파.” 조반니는 이런 묘한 기분은 처음이었고, 이런 말을 해 본적조차 없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디선가 사과향기가 나. 내가 지금 사과를 떠올려서 그런 걸까?” 캄파넬라가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진짜 사과향기가 나는 걸. 그리고 들장미향기도 나.” 조반니도 둘러보았습니다만, 역시 그건 창을 통해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조반니는 지금은 가을이라서 들장미향기가 날 턱이 없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언제부터인지 반짝거리는 검은 머리칼의 여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빨간 재킷의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덜덜 떨며 서 있었습니다. 곁에는 검은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키 큰 청년이 바람에 잔뜩 흔들리는 느티나무 같은 남자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 여긴 어디지? 우와, 예쁘다.” 청년 뒤에도 열 두 살 정도의 갈색 눈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검은 외투를 걸치고 청년의 팔에 기대어 신기한 듯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예, 여긴 랭커샤이어랍니다. 아니, 코네티컷주(州)로군요. 우리들은 하늘에 도착했답니다. 우리들은 하늘로 가는 거에요.”
“잘 보세요. 저 표시는 천상의 표시랍니다. 더 이상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들은 신께 부름을 받았답니다.” 검은 옷의 청년은 기쁨에 들떠서 그 여자아이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이마에 주름살을 잔뜩 그리고는 매우 지친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남자아이를 조반니의 곁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는 상냥하게 캄파넬라의 옆자리를 가리켰습니다. 여자아이는 순순히 그 곳에 앉고는 똑 부러지게 양 손을 맞잡았습니다.
“난 누나 쪽으로 갈 거야.” 앉자마자 남자아이는 표정을 바꾸어 등대지기 맞은 편 좌석에 앉아있던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청년은 아무 말없이 슬픈 표정으로 지긋이 그 아이의 곱슬곱슬하고 젖은 머리칼을 바라보았습니다. 여자아이는 돌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빠와 키쿠요누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오실 겁니다. 그보다 엄마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셨겠어요. 귀여운 타다시는 지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눈 내리는 아침에는 다 함께 손잡고 빙글빙글 덧나무 풀섶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까 생각하며 많은 걱정을 하고 계셨으니까 얼른 가서 엄마와 만나요.”
“응, 근데 난 배를 괜히 탄 것 같아요.”
“네, 그래도 잘 보세요. 자, 어때요? 저 멋진 강, 저 곳은 여름 내내 ‘반짝반짝 작은 별’을 노래하며 쉬고 있을 때, 언제나 창 밖에서 흐릿하게 반짝이고 있었죠? 바로 그 곳이랍니다. 자, 예쁘죠? 저렇게 반짝이고 있답니다.”
울고 있던 누나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청년은 다시 오누이에게 이야기할 요량으로 말을 계속 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아무런 슬픈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며,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간답니다. 그곳은 정말이지 밝고 향기가 가득한 멋진 사람들이 가득하답니다. 그리고, 우리들 대신에 보트를 탄 사람들은 분명 모두 살아남아서 걱정하고 있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집으로 갈 거랍니다. 자, 이제 곧 도착하니까 기운 내서 즐겁게 노래하며 가요.” 청년은 남자아이의 젖은 듯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모두를 다독이고는 자신의 얼굴표정까지도 점점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디서 오셨는지요? 어찌된 일입니까?” 좀 전의 등대지기가 조금은 알겠다는 듯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청년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예, 빙산에 배가 부딪혀서는 가라앉았답니다. 우리들은 이 아이들의 아버지께서 급한 일로 2개월 전에 본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어 나중에 뒤따라가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가정교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12일째, 아마 오늘이나 어제쯤 될 겁니다, 배가 빙산에 부딪혀 단숨에 기울어지면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이 왠지 을씨년스러웠습니다만, 안개가 무척이나 짙었습니다. 그런데, 구명보트가 있던 좌현의 절반은 이미 못쓰게 되어, 모든 사람이 탈 수가 없었답니다. 그 순간에도 배는 가라앉고 있었고, 저는 필사적으로 우선 어린이부터 태우자고 외쳤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이내 길을 터서는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쪽에서 보트까지는 여전히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있었고, 정말이지 이들을 밀쳐낼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난 부디 이 아이들만큼은 살리는 것이 내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앞에 있던 아이들을 밀쳐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윽고 그렇게 살리는 것보다 그냥 이대로 하느님께 함께 가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을 거역하는 죄는 나 혼자로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살리고자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가득한 보트 위로 아이를 내려 보내고는 엄마가 미친 듯 뽀뽀를 해대고, 아빠가 슬퍼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으므로, 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이 둘을 껴안고는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떠 있자는 마음으로 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던져준 구명튜브 하나가 날아오긴 했지만, 미끄러져서는 이내 저쪽으로 가 버렸습니다. 제가 필사적으로 갑판부분을 때어내어서는 셋이서 꼭 붙들었습니다. 어디선가 (2자 공백) 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내 모두가 다양한 나라말로 이를 노래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났고, 저희들은 이내 물에 빠져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고 생각하자마자 여기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예, 아마도 보트는 구조되었을 겁니다. 누구보다 능숙한 어부들이 다가와서는 신속하게 배에서 올려주었으니 말입니다.”
어디선가 나지막한 기도소리가 들렸고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사실들이 희미하게 기억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 그 커다란 바다는 태평양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빙산이 떠다니던 북쪽 끄트머리의 바다에서 조그만 배에 타고는 바람과 얼어붙는 바닷물, 찢어질 듯한 추위와 싸우며 누군가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정말이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조반니는 고개를 숙이고는 생각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답니다. 정말이지 힘든 일이라도 올바른 길을 가는 도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모두가 참된 행복에 다가가는 한 걸음일 테니 말입니다.”
등대지기가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예, 맞습니다. 다만, 최고의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슬픔도 전부 하늘의 뜻이겠지요.”
청년은 마치 기도문과도 같은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오누이들은 이미 지친 듯 자리에 앉아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좀 전까지 맨발이던 발에는 언제인지 모르게 희고 부드러운 신발이 신겨져 있었습니다.
덜컹덜컹덜컹덜컹 기차는 반짝이는 인광의 강가를 달렸습니다. 저편의 창을 보니, 들판은 마치 환등과도 같았습니다. 수백 수천 개는 됨직한 삼각표, 그 거대한 것들의 꼭대기에는 빨간색의 점들이 찍힌 측량깃발이 보이고, 들판의 끝은 얼핏 환하고 희뿌연 안개처럼, 그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부터 이따금씩 갖은 모양의 희미한 연기와도 같은 것이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자줏빛 하늘로 뻗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실로 그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람은 장미향기로 가득하였습니다.
“어떠신가요? 이런 사과는 처음이지요?” 건너편자리의 등대지기가 어느새 금색과 붉은 색으로 아름답게 채색된 듯한 커다란 사과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양손으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디서 온 물건이지요? 멋진데요. 이곳에서는 이런 사과가 나는지요?” 청년은 정말 놀란 듯 등대지기의 양손에 놓인 한 무더기의 사과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스스로를 잊어버린 듯 하였습니다.
“하나 드세요. 얼른 하나 드셔보세요.” 청년은 하나를 집어 조반니 쪽을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자, 그 쪽의 도련님. 어떠신지요? 하나 드세요.” 조반니는 도련님이라고 불렸던 터라 조금 기분이 상하여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캄파넬라는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두 개를 집어서 둘에게 건네주자, 조반니도 일어서서는 고맙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등대지기는 겨우 양 손이 비자, 이번에는 자신이 하나씩 잠들어있는 오누이의 무릎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사과는 어디서 나는 겁니까?”
청년은 꼼꼼히 들여다보며 물었습니다.
“물론 이 부근에도 농가는 있습니다만, 대체로 혼자서도 이렇게 좋은 농사가 지어진답니다. 농사라고는 해도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랍니다. 대게 자기가 키우고 싶은 씨앗만 뿌리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답니다. 쌀도 태평양연안에서 나는 것과 달리 겨도 없고, 열 배나 크며 향기도 좋지요. 그렇지만, 당신들이 가시는 곳에는 농가는 더 이상 없습니다. 사과도 과자도 없지만, 제각각 모든 사람의 몸에서 갖가지 좋은 향기가 나면서 숨구멍으로 스며 나오는 것입니다.
별안간 남자아이가 눈을 번쩍 뜨며 말하였습니다. “어, 나 지금 엄마 꿈을 꾸었어요. 있잖아 엄마가요, 멋진 책꽂이와 책이 있는 곳에서 나 쪽으로 손을 뻗으면서 방긋방긋 웃었어요. 우리엄마가요. 사과 주워줄까라고 말하니 잠이 깼어요. 응, 그런데 여긴 좀 전의 기차 안이네요.”
“그 사과는 거기 있답니다. 이 아저씨가 주신 거에요.” 청년이 말하였습니다. “아저씨 고마워요. 누나, 이거 봐봐. 사과를 주셨어. 누나 일어나봐.” 누나는 웃으며 잠에서 깨고는 눈이 부신 듯 양손으로 눈을 잠시 가린 뒤에 사과를 보았습니다. 남자아이는 마치 파이를 먹는 듯 사과를 먹었습니다. 또, 겨우 벗겨낸 깨끗한 껍질도 마치 코르크의 껍질을 벗겨내는 듯 빙글빙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회색으로 반짝이며 증발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과를 소중한 물건처럼 주머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강 아래의 저쪽 강가에는 짙고 푸르른 큰 숲이 보였고, 나뭇가지에는 잘 익은 동그란 과일들이 가득하였으며, 숲의 한가운데는 높디 높은 삼각표가 우뚝 서 있었으며, 숲 속으로부터는 오케스트라의 벨과 실로폰이 뒤섞인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음색이 녹아 드는 듯 가라앉는 듯 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오싹했던지 몸을 떨었습니다.
조용히 그 선율을 듣고 있으니, 그 곳에는 얼핏 노란색이나 연두색의 밝은 들판과도 같은 곳이 펼쳐져 있었고, 또한 새하얀 밀랍 같은 이슬이 태양이 비치는 면을 스쳐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저 까마귀.” 캄파넬라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오루코라고 불리던 여자아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까마귀가 아니야. 전부 까치야.” 캄파넬라가 갑자기 소리치듯 말하였기 때문에 조반니는 얼핏 웃었고, 여자아이는 머쓱한 입장이 되었습니다. 강 표면의 희고 파란 등불 위에서 검은 새들이 가득가득 줄지어 서서는 지긋이 강의 희미한 불빛을 받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까치로군요. 머리 뒤 깃털이 뾰족하게 솟아있으니까요.” 청년은 이야기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저쪽의 푸른 숲 속의 삼각표는 이제 기차의 정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때 기차의 맨 뒤에서 익숙한 (약2자 공백)의 찬송가구절이 들려왔습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합창하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청년은 문득 얼굴이 새파래지며, 이내 그쪽으로 가보고 싶어했습니다만, 생각을 바꾸어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카오루코는 손수건을 얼굴에 갖다 대었습니다. 조반니까지 왠 일인지 코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누구인지도 모르게 그 노래는 들리기 시작하였으며, 점점 또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문득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함께 노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푸른 올리브나무의 숲이 보이지 않는 은하수 저쪽에서 하염없이 반짝이며 점점 뒤쪽으로 사라져버리고, 그쪽에서 흘러나오는 신기한 악기소리도 이젠 기차소리와 바람소리에 묻혀서는 희미하게 되었습니다.
“어, 공작이 있어.”
“응, 굉장히 많았어.” 여자아이가 대답하였습니다.
조반니는 작디작은 이제는 거의 녹색단추마냥 작아져 버린 숲 위에서 펄럭펄럭 새파랗게 때때로 반짝이는 그 공작이 날갯짓할 때에 반짝이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래, 공작의 소리도 아까 들렸었어.” 캄파넬라가 카오루코에게 말하였습니다.
“예, 분명 삼십 마리 정도가 있었어요. 하프소리처럼 들렸던 것은 전부 공작소리였어요.” 여자아이가 대답하였습니다. 조반니는 문득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들어서 무심코 “캄파넬라, 여기에서부터는 내려서 놀다 가자.”라며 무서운 표정을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캄파넬라, 난 그냥 갈래. 난 고래도 본 적이 없는걸.) 조반니는 마치 참을 수 없을 만큼 초조해하면서도 굳게 입술을 깨물고는 창 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창 밖에는 돌고래 모양도 이젠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강은 둘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 새까만 섬 한 가운데에 높디높은 망루가 하나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한 남자가 헐렁한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채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손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깃발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반니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은 줄곧 빨간색의 깃발을 흔들고 있었지만, 갑자기 빨간 깃발을 내리고는 뒤에 숨겨두었던 파란색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열심히 흔들어 대었습니다. 그러자, 하늘 속에 좌악하며 빗소리 같은 소리가 나면서, 새까만 덩어리들이 몇 개인가 대포알처럼 강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무심코 창 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어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름답디 아름다운 자줏빛의 휑한 하늘 아래로 실로 몇 만 마리의 작은 새들이 무리를 이루어 제각각 바삐 울어대며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새들이 날아가네.” 조반니가 창 밖에서 말하였습니다. “어디?” 캄파넬라도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 때, 망루의 위에 있던 느슨한 옷을 입은 남자는 갑자기 빨간 깃발을 들어올리고는 미친 듯 흔들어대었습니다. 그러자, 새들의 무리는 갑자기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피식하고는 찌그러지는 소리가 강의 아래쪽에서 들려오더니, 이마저도 잠시 지나가 조용하게 멎었습니다. 순간 빨간 모자의 신호수는 다시 파란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건너거라 철새들아, 지금 건너거라 철새들아.” 그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다시 몇 만 마리 새의 무리들이 하늘에 나란히 늘어섰습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내어 쳐다보던 한 가운데의 창으로 그 여자아이가 얼굴을 내고는 아름다운 볼을 반짝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어머, 이 새들, 정말 많아요. 아, 하늘도 아름답네요.” 여자아이는 조반니에게 말을 걸었지만, 조반니는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묵묵히 입을 다물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여자아이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캄파넬라가 안쓰러운 듯 창에서 얼굴을 돌리고는 지도를 보았습니다.
“좀 전의 새 사냥꾼에게 알려주었을까요?” 여자아이가 캄파넬라에게 살짝 물었습니다. “철새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분명 어딘가에서 봉화가 피어 오르겠지요.” 캄파넬라가 조금은 낙심한 듯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 졌습니다. 조반니도 이제 얼굴을 돌리고 싶었으나, 밝은 곳으로 얼굴을 돌리는 것이 괴로운 마음에 그대로 서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좀 더 아름답고 넓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텐데. 강가 저편에서 마치 연기처럼 작고 푸른 불꽃이 보인다. 저건 정말로 조용하고 차갑구나. 그래, 저걸 보면서 마음을 좀 더 안정시켜야겠어.) 조반니는 뜨겁고 쓰라린 머리를 두 손으로 누르며 그쪽을 보았습니다. (아, 정말이지 어디까지나 나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캄파넬라도 저런 여자아이와 재미있게 이야기하는데, 난 정말이지 괴로워.) 조반니의 눈은 다시 눈물로 가득해지며, 은하수도 마치 멀리 떠나버린 것처럼 희미하고 새하얗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 때, 기차는 점점 강에서 멀어져서는 절벽 위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건너편의 강가도 다시 어두운 절벽이 강 하류로 이어져서는 점점 높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큰 옥수수줄기가 보였습니다. 그 잎은 빙글빙글 휘감긴 채, 이파리 아래에는 이미 아름다운 녹색의 커다란 열매가 붉은 수염을 늘어뜨리고는 진주 같은 알갱이도 살짝 보였습니다. 옥수수는 점점 그 수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일렬로 절벽과 선로 사이에 늘어서게 되었고, 조반니가 무심코 창에서 고개를 되돌려서는 건너편의 창을 보았을 때에는 아름다운 들판의 지평선 끝까지 커다란 옥수수가 거의 모든 면을 차지할 정도로 심어져서 찰랑찰랑 바람에 흔들리며, 그 튼실하고 주름진 이파리 끝에서는 마치 낮에 햇빛을 가득 머금은 다이아몬드 같은 이슬이 잔뜩 달려서는 빨간색으로 초록색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저거 옥수수맞지?”라며 조반니에게 물었지만, 조반니는 도저히 기분이 나질 않아 우두커니 서서 들판을 바라본 채 "그럴 거야.”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때, 기차는 점점 조용해지며 몇 개의 신호와 전철기의 불빛을 지나서 작은 정류장에 섰습니다.
정면의 푸르스름한 시계는 또렷하게 제2시를 가리키고, 시계추의 흔들림도 없이 기차도 멈춘 조용하디 조용한 들판 속에서 재깍재깍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기차가 신세계교향곡처럼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기차 안에는 검은 옷의 키 큰 청년도 다른 사람 모두가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좋을 때, 난 왜 더 유쾌하게 지내지 못할까? 어째서 이렇게 나 혼자 외로운 생각이 드는 거야? 하지만, 캄파넬라도 너무 하잖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있으면서 마치 저 계집애하고만 이야기를 하다니. 난 정말이지 괴롭다구.) 조반니는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반정도 가리면서 건너편의 창가를 보았습니다. 이윽고 투명한 유리피리가 울어대고는 기차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캄파넬라도 쓸쓸하게 별들의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네네, 이 부근은 엄청난 고원이지요.” 뒤쪽에서 누군가 노인이 지금 눈을 뜬 듯, 또렷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옥수수라도 막대기로 두 척 정도 구멍을 파서는 그 속에 씨를 뿌려야 잘 자랍니다."
“그렇군요. 강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군요.” "예, 강까지는 이천 척에서 육천 척 정도 됩니다. 제법 험준한 협곡으로 되어있지요.” 그래 맞다, 이곳은 콜로라도의 고원이었지, 조반니는 문득 그 생각이 났습니다. 저쪽에서는 맏언니가 막내 동생을 자신의 품에 기대게 하고는 잠을 재우며 검은 눈동자를 물끄러미 먼 곳으로 던지고는 무언가를 보고 있지도 않은 듯 생각에 잠겨있었고, 캄파넬라는 아직도 외로이 혼자서 휘파람을 불었고, 둘째 여자아이는 마치 비단으로 싼 사과 같은 얼굴색으로 하고는 조반니가 보는 방향을 보고 있었습니다. 돌연, 옥수수가 없어지며 거대하고 까만 초원이 펼쳐졌습니다. 신세계교향곡은 드디어 또렷하게 지평선의 끝에서 끓어오르고 있었고, 그 새까만 들판 속을 인디언 한 명이 하얀 새의 깃털을 머리에 꽂고는 무수한 돌로 팔과 가슴에 장식을 하고 작은 활에 화살을 메기면서 필사적으로 기차를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어, 인디언이에요. 누나 보세요." 검은 옷의 청년도 눈을 떴습니다.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일어섰습니다.
“달려오는 걸. 어, 달려오고 있어. 우릴 쫓아오고 있는 거 겠지?” “아니요, 기차를 쫓아오는 게 아닙니다. 사냥을 하거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요.” 청년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듯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서서 말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치 인디언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달리고는 있었지만 발걸음을 아끼는 듯 보이기도 했고, 언제라도 진심으로 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갑자기 하얀 날개가 앞으로 쓰러질 듯하며, 인디언은 우뚝 서서는 재빨리 활을 하늘로 치켜들었습니다. 그러자, 한 마리의 학이 팔랑팔랑 떨어지면서, 다시 달리기 시작한 인디언의 넓게 펼친 두 팔 안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인디언은 기쁜 듯 그 자리에 서서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을 들고는 이쪽을 바라보던 그림자도 이제는 점점 멀어지며, 전신주의 애자(碍子) 두 개가 줄곧 반짝반짝 빛나며, 다시 옥수수의 숲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쪽 창을 보니, 기차는 정말로 높디높은 절벽 위를 달리고 있었고, 계곡아래에는 역시나 강이 웅장하게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음, 이젠 내리막일 겁니다. 이번에는 계속 저 수면까지 내려갈 테니까,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제법 경사가 있어서, 기차도 아마 반대편에서 올라오진 못할 것입니다. 보세요, 점점 빨라졌지요?” 좀 전의 노인 같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차는 덜컹덜컹 줄곧 아래로 달렸습니다. 절벽 끝에 철도를 달릴 때에는 아래로 강이 반짝이며 보인 것입니다. 조반니는 점점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차가 작은 오두막 앞을 지날 때, 그 앞에서 아이 한 명이 우두커니 이쪽을 바라볼 때에는 무심코 어이라며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기차는 덜컹덜컹 아래로 내리 달렸습니다. 실내의 사람들 절반은 뒤로 쓰러질 듯이 자리에 앉아서는 팔걸이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캄파넬라와 함께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하날의 강은 기차의 바로 곁에서 지금까지 무척이나 세차게 흐르고 있었던 것처럼 이따금씩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연붉은 패랭이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습니다. 기차는 드디어 차분하게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건너편과 이쪽의 강가에는 별 모양과 구름다리를 그린 깃발이 서 있었습니다.
“저건 무슨 깃발일까?” 조반니가 겨우 말을 꺼냈습니다. “응, 잘 모르겠는걸. 지도에도 없는데. 쇠로 만든 배가 있네.” “아…” “다리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요?” 여자아이가 말하였습니다. “아, 저건 공병(工兵)의 깃발이군요. 가교훈련을 하고 있네요. 그런데, 군대처럼 보이진 않는걸.”
그 때, 건너편 강가 가까이의 작은 하류 쪽에서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이 반짝하고 빛을 내며, 높이 솟구쳤다가 철썩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파다. 발파야.” 캄파넬라가 들떠서 말하였습니다.
기둥처럼 솟아올랐던 그 물줄기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커다란 연어와 송어가 반짝 흰 배를 드러내며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원을 그리면서 다시 물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뛸 듯이 가벼운 기분이 들어서 말하였습니다.
“하늘의 공병대대야. 어때, 송어나 그런 게 마치 이렇게 뛰어 올랐지. 난 이렇게 기분 좋은 여행은 처음이야. 멋지잖아.” “저런 송어라면 가까이서 보면 이만큼 크겠지? 이 물 속에는 물고기가 정말 많은 가봐.”
“작은 물고기도 있을까요?” 여자아이가 이야기 속으로 끼어들었습니다. “물론 있겠지요. 커다란 녀석들이 있으니, 작은 녀석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멀리 있으니 지금은 작은 녀석들이 안 보였군요.” 조반니는 이젠 말끔하게 기분이 좋아져서는 재미있는 것처럼 웃어가며 여자아이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저건 분명히 쌍둥이 별님의 궁전이야.” 남자아이가 갑자기 창 밖을 가리키고는 소리쳤습니다.
오른쪽의 완만한 언덕 위에 작은 수정으로 지어진 두 개의 궁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쌍둥이 별님의 궁전은 도대체 뭐지?”
“나 예전에 엄마에게 몇 번이나 들었어요. 작은 수정의 궁전이 두 개 줄지어 서 있으니까 분명 그럴 거에요.”
“계속 이야기해보렴. 쌍둥이 별님이 어찌되었단 말이야?”
“나도 알아요. 쌍둥이 별님들이 들판으로 놀러 가서는 까마귀와 싸움을 했지?” “그게 아니에요. 있잖아요, 은하수에는 이렇게 엄마가 말했다구요…” “그리고는 혜성이 쉬잉쉬잉거리며 날아 온다고 하셨지?” “아녜요, 그건 다른 사람이에요.” “그럼, 저기서 지금 피리를 불고 있니?” “지금 바다에 갔다구요.” “아니에요, 이미 바다에서 나와 계세요.” “그래그래, 내가 아는 건 내 이야기란다.”

저편 강가가 갑자기 붉게 변하였습니다. 수양버드나무와 모든 것이 새까맣게 변하여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파도도 이따금씩 살짝 빨갛게 반짝일 뿐이었습니다. 별안간 건너편 강가의 들판에서 커다란 불꽃이 일어났고, 그 검은 연기는 저 높은 자줏빛의 차가운 하늘까지도 태워버릴 기세였습니다. 루비보다도 붉고 투명하며, 리튬보다도 더 아름답게 취할 듯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건 무슨 불이지? 저렇게 빨갛게 빛나는 불은 도대체 뭘 태우면 될까?” 조반니가 말하였습니다. “전갈의 불이야.” 캄파넬라가 다시 지도에서 눈을 때며 대답하였습니다. “어, 전갈의 불이라는 건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
“전갈의 불이라는 게 뭐지?” 조반니가 물었습니다. “전갈이 타서 죽은 거야. 그 불이 아직까지도 타고 있다고 몇 번이나 아빠에게 들었어.” “전갈이라면 벌레잖아.” “응, 전갈은 벌레야. 그런데, 착한 벌레야.” “전갈은 착한 벌레가 아냐. 난 박물관에서 알코올에 담가 놓은걸 본 적이 있는데. 꼬리에는 이런 바늘이 달려있고, 거기에 쏘이면 죽는다고 선생님이 그랬었어.” “맞아, 그래도 착한 벌레야. 아빠가 그렇게 말했었어. 옛날 바르도라들판에 한 마리의 전갈이 있었다고,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살았었다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족제비에게 발견되어 잡아 먹힐 뻔 했거든. 전갈은 죽을 힘을 다해서 막았는데, 어느새 족제비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던 거야. 그런데, 그때 앞에 우물이 있어서 그 안으로 같이 떨어져 버렸고, 도저히 나올 수가 없어서 전갈은 점점 가라앉고 말았던 거야. 그때 전갈은 이렇게 말하며 기도를 했데,
아, 나는 지금까지 얼마만큼이나 남의 목숨을 빼앗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제가 이번에는 족제비에게 잡히려고 할 때에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런데도 결국에는 이렇게 되고 말았어. 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어째서 나는 내 몸을 족제비에게 바치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게 했더라면, 족제비도 하루 정도는 살 수 있었을 텐데. 신이시여, 제 기도를 받아주세요.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버리지 않고, 어떡하든 다음에는 진정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 몸을 써 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그래. 그러자 전갈은 자신의 몸이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오르며 밤의 어둠을 비추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해. 그리고, 지금까지도 타오르고 있다고 아빠가 그랬어. 저 불은 진짜 그게 맞을 거야.”
조반니는 실로 그 커다란 불길 너머에 있는 세 개의 삼각표가 정확히 전갈의 다리처럼, 이쪽에 있는 다섯 개의 삼각표는 전갈의 꼬리와 침처럼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그 새빨갛고 아름다운 전갈의 불길은 소리도 없이 밝디밝게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불이 점점 뒤로 지나쳐감에 따라 모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윽고 분주하게 다양한 음악소리나 들풀의 냄새, 휘파람이나 여럿이 떠드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가까운 곳에 마을이나 무언가가 있고 그 곳에서 축제라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켄타우르스" 갑자기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조반니 옆자리의 남자아이가 창을 보며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곳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도 같은 새파란 가문비나무가 서 있었고, 그 속에는 많고 많은 꼬마전구가 마치 천 마리의 반딧불이 모인 것처럼 달려 있었습니다.
“아, 그래. 오늘밤에 켄타우스르축제가 있어.” “응, 여긴 켄타우르스 마을이야.” 캄파넬라가 이내 대답하였습니다.

(이하 원고 1장 없음)

“공던지기라면 나도 절대 지지 않아.”
남자아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서전크로스랍니다. 내릴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청년은 모두에게 말하였습니다.
“난 좀 더 기차를 탈 거야.” 남자아이가 말하였습니다. 캄파넬라 옆자리의 여자아이는 우물쭈물 일어나더니, 채비를 시작하였습니다만, 역시나 조반니 일행과는 헤어지기 싫은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청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남자아이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싫어, 난 좀 더 기차 타고 갈 거야.” 조반니가 슬픔을 참으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들과 함께 타고 가자. 우리들은 어디라도 갈 수 있는 티켓을 가지고 있거든.” “그렇지만, 우리들은 여기서 내려야만 해요. 여기 천상으로 오기로 했던 거니까." 여자아이가 쓸쓸히 말하였습니다.
“천상 같은 곳에 안 가면 뭐 어때? 우리들 모두가 여기 천상보다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내 선생님이 말했었어.” “하지만, 엄마도 와 계시고, 하느님께서도 그러셨어요.” “그 하느님은 가짜 하느님이야.” “너의 하느님은 거짓말쟁이 하느님이야.” “아니에요.” “당신의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입니까?” 청년은 웃으면서 말하였습니다. “난 사실은 잘 몰라요, 하지만 오로지 한 사람이란 건 알아요.” “네, 정말이지 단 한 사람의 하느님이에요." “그러니 맞잖아요. 저는 여러분이 지금 말씀하시는 그 진짜 하느님께서 저희들을 맞이하시기를 기도한답니다.” 청년은 정성스럽게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여자아이도 이에 그대로 따라 하였습니다. 모두가 정말로 이별한다는 것이 억울한 마음에 얼굴색도 조금은 질린 듯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괴로움에 소리를 내며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어쩔 수가 없답니다. 곧 서전크로스니까요.”
아, 그때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은하수에 깊은 강 아래에 파란색과 오렌지색 등 형형색색의 빛으로 둘러싸인 십자가가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강 중간에 빛을 발하며 서 있었고, 그 위에는 새파란 구름이 둥근 고리가 되어서는 후광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기차 안은 어수선해졌습니다. 모두가 저 북쪽의 십자가를 본 때처럼 벌떡 일어나서는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참외로 달려들 때처럼 기쁜 목소리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깊고 차분한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점점 창의 정면으로 다가와서는 사과 속처럼 새파란 둥근 구름이 주위를 은은하게 감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모두가 기쁨에 들뜬 듯 소리를 내었고, 모든 이들은 차가운 하늘의 저 멀리서부터 투명하고도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한 나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신호와 전등불빛 사이를 기차는 서서히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며, 드디어 십자가 앞까지 와서는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자, 내릴까요." 청년은 남자아이의 손을 잡아 끌었고, 오누이는 서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주며 조금씩 출구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럼, 안녕.” 여자아이가 뒤돌아보며 둘에게 말하였습니다. “안녕.” 조반니는 마치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려는 듯, 화난 투로 쌀쌀맞게 말하였습니다. 여자아이는 몹시 고통스러워 보이는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한 번 더 이쪽을 뒤돌아보고는 아무 말없이 내려버렸습니다. 기차는 이제 절반 이상 비어버렸고, 갑자기 텅 비어 버린 때문인지 바람만이 가득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밖을 보니 모든 이들은 조심스럽게 줄을 서서 십자가 앞의 은하수를 건너고, 하느님 같아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팔을 벌리고는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유리피리소리가 울리며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은색의 안개가 강 아래에서 희미하게 피어올라 어느새 그쪽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다만, 수많은 호두나무가 이파리를 반짝이며 그 안개 속에 서 있었고, 황금빛 쳇바퀴의 전기다람쥐가 귀여운 표정으로 그 속에서 살짝살짝 엿보일 뿐이었습니다.

그 때, 희미하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딘가로 향하는 도로처럼 전등행렬이 일렬로 늘어선 길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길가를 따라 놓인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불빛 앞을 지날 때, 그 작은 초록의 불빛이 마치 인사라도 하려는 듯 반짝하고 꺼졌고, 두 사람이 지나가자 다시 불이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좀 전의 십자가는 이제는 완전히 작아져, 정말이지 그대로 가슴에 꽂혀버릴 것 같아서 좀 전의 여자아이와 청년 일행이 그 앞의 백사장에 무릎을 꿇거나,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그 천상으로 가 버렸는지조차 희미하게 알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조반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캄파넬라, 우린 다시 둘 밖에 남질 않았네. 어디까지라도 함께 가자. 정말이지 나는 그 전갈처럼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같은 건 백 번이고 불타도 상관없어.” “응, 나도 마찬가지야.” 캄파넬라의 눈동자에는 아름다운 눈물방울이 맺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도대체 뭘까?” 조반니가 말하였습니다. “난 잘 모르겠어.” 캄파넬라가 멍한 눈으로 말하였습니다.
“우리 이제부터 잘 해보자.” 조반니가 가슴을 펼치고는 새 기운이 솟아나는 듯 휴우 숨을 내쉬며 말하였습니다.
“응, 저긴 석탄주머니야. 하늘의 구멍이야.” 캄파넬라가 살짝 비켜서듯이 하늘의 강의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조반니는 그곳을 보고는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하늘의 강 한군데에 커다랗고 새까만 구멍이 정말로 뚫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바닥은 얼마나 깊은지 아무리 속을 들여다보며 눈을 비벼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고, 단지 눈이 지끈지끈 아파올 뿐이었습니다. 조반니가 말하였습니다. “난 더 이상 저런 거대한 암흑 따위는 무섭지 않아. 분명히 모든 이들은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떠날 거야. 세상 어디까지라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야.” “응, 꼭 함께 갈게. 아, 저기 들판이 정말 아름다워. 모두 모여있네. 저 곳이 분명 진짜 천상일거야. 아, 저기 우리엄마가 있어.” 캄파넬라는 갑자기 창 너머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들판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조반니도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만, 그곳에는 희미하게 흰 연기만 가득할 뿐이어서, 도저히 캄파넬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말할 수 없이 쓸쓸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그쪽을 보니, 저쪽 강가에 두 개의 전신주가 마치 서로 팔을 맞잡은 듯 빨간 가로대를 맞대고 서 있었습니다. “캄파넬라, 우린 함께 가는 거야.” 조반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되돌아보니, 지금까지 캄파넬라가 앉아있었던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캄파넬라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고, 조반니는 총알같이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창 밖으로 몸을 내어서는 있는 힘껏 가슴을 치며, 소리치고는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젠 그곳이 깜깜한 암흑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때, "넌 대체 왜 울고 있니? 잠깐 이쪽을 보거라."
지금까지 자주 들렸던 부드러운 첼로 같은 음성이 죠반니의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죠반니는 깜짝 놀라서 눈물을 닦고 그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캄파넬라가 앉아 있었던 자리에 큼직한 검은 모자를 쓴 창백하고 야윈 얼굴의 어른이 부드럽게 웃으며 큰 책 한권을 들고 있었습니다.
"네 친구가 어딘가로 갔지? 그 아이는 정말 오늘밤 멀리 갔단다. 이제 네가 캄파넬라를 찾으려 해도 소용이 없단다."
"아-, 왜죠? 난 캄파넬라와 늘 함께 가려고 했단 말이예요."
"아,그래. 모두 그렇게들 생각하지. 하지만 함께 갈 수는 없어. 그리고 모두가 캄파넬라야. 네가 만나는 어떤 사람도 모두 몇 번 이나 너와 함께 사과를 먹거나 기차를 타기도 했지. 그렇기 때문에 역시 넌 아까 생각한 대로 모든 사람들의 최상의 행복을 찾아서 모두와 함께 빨리 그곳에 가는 것이 좋단다. 오직 그곳에서만 정말로 캄파넬라와 끝까지 함게 갈 수 있는 거야."
"예. 전 꼭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찾을 수 있을까요?"
"아, 나도 그것을 찾고 있어. 넌 네 차표를 꼭 들고 가거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넌 화학을 배웠지? 물은 산소와 수소로부터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지금은 그 누구도 그걸 의심하지않아. 실험해 보면 실제로 그러니까. 하지만 옛날에는 그것이 수은과 소금으로 생겨났다고도 말했고, 수은과 유황에서 생겨났다고도 말하는 등 여러 가지로 논쟁했지. 모두가 각자 자신의 하나님을 진짜 하나님이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서로 다른신을 믿는 사람들이 한 일이어도 눈물이 나오겠지.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이 선한지 악한지를 논쟁하겠지. 그러나 승부가 나지않겠지. 하지만 네가 만일 열심히 공부하여 실험으로써 정확히 참된 생각과 거짓된 생각을 구별하게 되고, 그 실험방법까지 결정하게 되면, 이제 신앙과 과학은 같게 된단다. 잠깐 이 책을 보렴. 괜찮겠니? 이건 지리와 역사사전이란다. 이 책의 이 페이지에는 기원전2200년의 지리와 역사가 쓰여져 있지. 잘 보아라. 기원전 2200년의 일이 아니란다. 기원전2200년 경에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던 지리와 역사가 쓰여있어.
때문에 이 페이지 하나가 땅의 역사를 나타내는 한 권의 책이 되는 거란다. 괜찮겠니? 그리고 이 책에 쓰여 있는 기원전 2200년경은 대체로 진짜야. 찾아보면 증거도 속속 나오지. 하지만 그게 뭘까 좀 생각해보렴. 여기 봐. 그건 다음 페이지야. 기원전1000년. 지리도 역사도 상당히 변화되었겠지. 이때에는 그렇단다. 이상한 표정 짓지 말거라. 우리들은 우리들의 신체나 사과, 은하나 기차나 역사를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를 봐라. 나와 함께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 됐니?"
그 사람은 손가락을 한 개 들고 조용히 그것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죠반니는 문득 자신의 생각이, 기차나 그 학자나 은하, 모두 함께 빛을 반짝 내고 고요히 사라지고, 또 그 하나가 반짝하고 켜지면 모든 넓은 세계가 휑뎅그렁하게 펼쳐져 모든 역사가 생기고, 깜빡 꺼지면 텅 비어 다만 그것뿐인 것을 보았습니다. 점점 그것이 빨라져서 이윽고 완전히 원래대로 되었습니다.
"자아, 됐니? 그러니까 너의 실험은 이 단편적인 생각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거을 밟아가지 않으면 안 된단다. 그것이 어려운 게다. 하지만 물론 그때뿐인 것이어도 괜찮아. 자-보렴. 저기 프레시오스가 보이는구나! 넌 저 프레시오스의 사슬을 풀지않으면 안돼."
바로 그때 시커먼 지평선 건너에서 푸르고 흰 봉화가 마치 대낮처럼 쏘아 올려져 기차 안은 환희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봉화는 하늘에 높이 드리워져 계속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 마젤란 성운이다! 이제부터 난 꼭 나를 위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캄파넬라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진짜 행복을 찾을거야."
죠반니는 입술을 깨물고 마젤란 성운을 바라보며 일어섰습니다. 제일 행복한 그 사람을 위해서!
"자아, 차표를 꼭 쥐고 가거라. 너는 이제 꿈속의 철도가 아니어도 진짜 세계의 불이나 세찬 파도 속을 성큼성큼 걸어가야만 한다. 은하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그 차표를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된단다."
첼로 소리가 났다고 생각하자, 죠반니는 이제 은하수가 멀어져 바람이 불고 자신은 곧 풀이 나있는 언덕위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멀리서 그 부르카니로박사의 고요한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고맙구나. 나는 아주 좋은 실험을 했단다. 난 이런 조용한곳에서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게 전하는 실험을 하고 싶었지. 네가 한 말은 모두 내 수첩에 쓰여있어. 자아 돌아가 쉬거라. 너는 꿈속에서 결심한 대로 곧바로 나아가도 좋아.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내게 상담하러 오렴."
"저, 꼭 잘 살아갈게요. 반드시 진정한 행복을 찾겠어요."
죠반니는 힘차게 말했습니다.
"아, 그럼 잘 가거라. 이건 아까의 차표란다."
박사는 조그많게 접은 녹색종이를 죠반니의 포켓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천기륜기둥의 건너편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죠반니는 곧장 달려 언덕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포켓에서 무겁고 쨍그랑쨍그랑 소리가 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숲속에서 멈추어 그것을 꺼내 보았더니 아까 꿈속에서 본 녹색으로 된 신기한 하늘의 차표 속에 두 개의 큰 금화가 싸여 있었습니다.
"박사님 고마워요. 엄마, 곧 우유를 가져갈게요."
죠반니는 소리치고 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죠반니의 가슴에 가득 차 말할 수 없이 새롭기도 하고 슬픈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문고 별이 서녘하늘로 이동하여 꿈처럼 다리를 뻗치고 있었습니

조반니는 눈을 떴습니다. 어느새 언덕 위의 풀섶에서 지쳐 잠이 들었던 것입니다. 가슴은 이상하리만치 뜨거웠고, 볼에서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일어났습니다. 마을은 온전하게 아까처럼 거리 아래에는 수많은 전등을 엮이어 있었습니다만, 그 빛은 왠지 좀 전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꿈에서 걸었던 은하수 역시도 좀 전과 같이 희미하고도 새하얗게 하늘에 걸려있었고, 새까만 남쪽 지평선 위는 더욱 짙게 그을려서는 그 오른쪽에서 전갈자리의 빨간 별이 아름답게 빛나며, 하늘의 별들도 그다지 바뀌지 않은 듯 하였습니다.
조반니는 단숨에 언덕에서 뛰어내려갔습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문득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어두운 소나무 숲을 지나, 하얀 목장의 울타리를 돌아서, 좀 전의 입구로 들어가서는 어두운 우사(牛舍) 앞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누군가 방금 돌아온 듯 좀 전까지 없었던 차 한 대가 무언가를 담은 항아리를 두 개 실은 채 세워져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반니가 주인을 불렀습니다.
“어서오세요.” 흰색의 커다란 바지를 입은 사람이 이내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오늘 우리 집에 우유가 배달되지 않았어요.”
“아, 죄송합니다.” 그 사람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서는 우유병 하나를 가지고 와서, 조반니에게 건네고는 다시 한 마디 하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에 송아지의 울타리를 깜빡 잊고는 열어두어서 그 놈들이 잽싸게 엄마 소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유를 반 정도 마셔버리고 말았답니다…” 그 사람은 웃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이구,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조반니는 아직 따뜻한 우유병을 두 손으로 감싸듯이 들고는 목장 울타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나무가 있는 거리를 지나 큰 길로 나와서, 좀 더 지나자 길은 십자모양이 되어 오른쪽의 길 끝에는 캄파넬라 무리들이 등을 떠내려 보내던 강에 걸쳐진 커다란 다리의 망루가 밤하늘에 희미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십자모양의 길과 가게 앞의 여자들이 일고여덟 명씩 모여서는 다리 쪽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리 위에도 수 많은 불빛이 있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왠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라고 소리치듯 물었습니다.
“아이가 물에 빠졌단다.” 한 사람이 대답하자, 그 사람들은 한꺼번에 조반니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조반니는 완전히 넋이 나간 채 다리를 향해 달렸습니다. 다리 위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강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다리의 가장자리에서 날아갈 듯이 아래의 넓은 강가로 뛰어내렸습니다.
강물이 닿는 곳에서는 많은 불빛들이 초조하게 오르락내리락 하였습니다. 건너편 강가의 어두운 둑에도 일고여덟의 불빛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를 칠흑 같은 강이 희미한 소리를 내며 거무튀튀하고 고요하게 흐를 뿐이었습니다.
강가 가장 아래쪽의 모래톱 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새카맣고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헐떡이며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조반니는 좀 전까지 캄파넬라와 함께 있었던 마르소를 만났습니다. 마르소는 조반니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조반니, 캄파넬라가 강으로 들어갔어.” "왜? 언제?” “자넬리가 말이야, 배 위에서 하늘타리의 등을 물 흐르는 쪽으로 밀어내려고 했거든. 그때 배가 흔들려서 물에 빠져버린 거야. 그러자, 캄파넬라가 곧장 뛰어들었어. 그리고는 자넬리를 배 쪽으로 밀었어. 자넬리는 카토우가 붙들었거든. 그런데, 캄파넬라가 사라져 버린 거야.” “다들 찾고 있지?” “응, 곧바로 사람들이 왔어. 캄파넬라의 아빠도 왔어. 그런데도 보이질 않아. 자넬리는 집에서 데려가 버렸어.” 조반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학생들과 마을사람에게 둘러싸인 뾰족한 턱을 가진 캄파넬라의 아빠가 새파랗게 질린 채로 검은 옷을 입고는 우뚝 서서 오른 손목의 시계만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모두가 멍하니 강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한 마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조반니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아세틸렌램프만이 어수선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였고, 검은 강물은 찰싹찰싹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캄파넬라가 이미 저 은하수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은 아직 어딘가의 파도 속에서
“정말이지, 오랫동안 헤엄쳤어요.”라며 캄파넬라가 걸어 나오거나, 혹은 캄파넬라가 아무도 모르는 모래톱으로 올라가서는 누군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캄파넬라의 아빠는 나직하고도 단호하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틀렸습니다. 물에 빠지고 벌써 사오십 분이나 지났는걸요.”
조반니는 무심결에 달려가서는 박사님의 앞에 서서, 전 캄파넬라가 간 곳을 알고 있어요. 저는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수를 걸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목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박사님은 조반니가 인사를 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하였는지, 잠시 동안 물끄러미 조반니를 바라보더니, “조반니로구나? 그래, 안녕. 고맙구나.”라고 정중하게 말하였습니다.
조반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만 인사를 하였습니다.
“조반니의 아버지는 이제 집으로 돌아오셨니?” 박사님은 시계를 굳게 쥔 채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요.” 조반니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어쩐 일이시지? 나는 그저께 건강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늘 정도라면 이미 도착하셨을 텐데. 배가 늦게 도착했나. 조반니야, 내일 학교 마친 뒤에 모두들 우리 집으로 놀러 오거라.”
그렇게 말하며, 박사님은 다시 은하수가 가득 비쳐진 강 아래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조반니는 여러 일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박사님 앞을 벗어나, 어서 엄마에게 우유를 가지고 가서는 아빠가 오는 걸 가르쳐주려고 필사적으로 강가를 달려 마을 쪽으로 향하였습니다.



by 적법사 | 2008/06/02 08:54 | 문학열람실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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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세계 황량한 우주와 디스토피아(가공의 이상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적 미래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 이 만화에서 우주를 가로지르는 열차 모티브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동화 에서 따온 것이다. 생명과 자연이 자아내는 투명한 서정성 미야자와 겐지는 생전에는 인정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작 은 SF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또.....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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